늠름하게 자라줘서 고마워!

견생역전팀은 구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가족을 찾아주거나, 가족이 되어줍니다.

남이 돈 버는 방식을 시비거는 것 같아 그닥 내키진 않습니다만..

누군가의 가족이 될 아이들을 소개할 거면 최소한의 존중은 필요한 거 아닐까요?

안녕하세요, 감성창업가 오제욱입니다.

지난 주 경매장과 펫숍편을 다룬 뉴스레터가 발행되고 많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주로 '신종 펫숍'이라 불리는 곳들이 때로는 건전한 사업자로, 임시 보호자로, 또 동물권 활동가로 위장하고 사람들의 연민의 정과 안타까운 마음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고 있다는 고발과 토로의 내용이었습니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을 잡기 어렵고, 증거가 있더라도 관련법과 규제의 미비로 처벌의 근거가 없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곳과 칼같이 구별하기가 어렵고,.. 신종 펫숍 같은 곳들은 대중의 인식 자체가 변화하고 성숙해지지 않으면 분별하기도 어렵고, 걸러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냉철하게 문제를 분석하고, 공론화를 이어나가야겠습니다.

오늘은 대한민국 견공들의 7대 비극 중 여섯 번째 자연번식 이야기를 함께 다뤄봅니다.

우리나라 시골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강아지들은 '잡종', '똥개'로 불립니다. 품종으로는 진도믹스가 가장 많고 말 그대로 진돗개와 다양한 품종이 만나 각양각색의 아이들이 태어나죠. 정부에서 사용하는 공식적인 표현은 '실외사육견', 시골에서 나무나 기둥에 목줄로 매여 집 지키는 역할을 한다고 '마당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마당개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학대에 가깝게 평생 고정된 목줄에 매여있는 아이들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의 시골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율 산책의 기회를 줍니다. 어쩌면 매우 바람직해 보이는 이 자율 산책 시간에 많은 역사가 일어납니다.

2023년 동물자유연대가 발표한 유실·유기동물 통계에 따르면 유기견 10마리 중 8마리가 바로 마당개, 믹스견이었습니다. 나이순으로는 만1세 미만의 어린 개체들이 무려 53%에 달한다고 합니다. 시골에서 관리되지 않는 사생활(?)의 결과로 어린 믹스견들이 마구 늘어나고, 그 아이들을 모두 키울 수 없는 보호자들의 방치로 인해 상당수가 유기견으로 카운트 되는 겁니다. 목줄도 안 하고, 마이크로칩도 없는 아이들이 거리를 배회하면 그 운명은 둘 중의 하나입니다. 식용개농장 아니면 지자체 보호소. 어느 쪽이든 행복한 일상도, 가족을 만나 입양하는 것도, 그냥 생존하는 것까지도 기대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마당개 중성화 수술 비용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자연번식으로 어린 아이들이 죽임을 당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 중성화 수술 비용을 지원하는 거죠. 취지는 참 좋은데, 2024년 10월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송옥주 의원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중성화 수술 실적은 고작 3만 8천여 마리에 불과했습니다. 5년간 31만 9천 마리를 중성화하겠다는 애초의 계획에 비하면 달성률이 12%에 불과한 거죠. 저조한 중성화 수술 실적의 원인은 마당개 보호자들에게 중성화 수술이 귀찮은 일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수술 비용은 지원해준다지만 보호자가 얻는게 딱히 없고, 동물병원을 찾아가는 수고와 시간을 사용해야 하니, 굳이 수술시키려 하지 않는 거죠.

태국 푸켓에 위치한 소이독 재단(Soi Dog Foundation)은 들개의 중성화 수술에 촛점을 맞춘 기관입니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117만 마리의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죠. 이들의 활동은 CNVR(Catch - Neuter - Vaccinate - Return)이라고 부르는데, 들개를 중성화한 이후에 다시 풀어놓아 다니게 하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태국에서는 지금도 매년 수십 명의 사람들이 들개에게 물려 광견병으로 사망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실질적인 위협이 있으니 중성화 수술과 광견병 예방 백신 접종을 최우선 과제로 둔 거겠죠. 광견병 예방 백신 접종을 받았다면, 또 무분별하게 번식하지 않는다면 그 많은 들개들이 커뮤니티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자연번식은 곧 빠른 죽음을 의미합니다. 이 비극을 끝내려면 중성화 수술 장려 방안과 함께 시골에서 자유롭게 다니는 믹스견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커뮤니티의 실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이퀄소울은 구독자 여러분들과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고자 합니다. 더욱 많은 분들이 지혜와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이 뉴스레터를 주변분들에게 전달해주세요. 우리의 작은 노력이 생명을 살리는 기적이 됩니다.

도그어스플래닛의 리홈캠페인이 오는 9월 27일 타임테라스 동탄점에서 열립니다. 유기견 돕기 자선 플리마켓, 구조견 사진전, 후원 및 기부 캠페인과 함께 반려견 심리 엿보기, 펫 타로, 유기견과 예비 반려인 간의 사전 매칭 프로그램 같은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준비되고 있어요. 특히 수의사, 훈련사 상담 부스와 김효진 대표 훈련사님의 행동 교정 세미나도 마련된다고 하니 많은 반려인, 예비 반려인들의 관심 부탁드려요!

🎁 해외에 계신 분들은 페이팔로 후원해주세요! rvc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