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감성창업가 오제욱입니다. 우선, 지난 주 예고도 없이 뉴스레터를 보내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중국 난징, 상하이를 거쳐 귀국했는데 야간 비행과 주말 미팅 등 일정이 다소 무리였는지 작은 병을 얻고 말았어요. 1-2주 가량 치료하면 낫는 병이지만 통증이 만만치 않아서 모든 걸 내려놓고 쉬어야 했습니다. 아무 공지 없이 쉬어간 점 다시 한 번 사과 말씀드려요.
쉬는 동안에도 국내외 보호소 사례들을 하나둘씩 살펴보았는데요,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바로 배우 이용녀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경기도 포천의 보호소입니다.
연극, 영화, 드라마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신 배우 이용녀 선생님. 어떤 배역이든 깊은 감정 연기와 강렬한 인상으로 시청자들께 명품 조연으로 익히 알려지신 분이죠. 이용녀 선생님은 반려동물 업계에서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립니다. '유기견의 대모', '백 마리 유기동물들의 엄마', 생명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선생님의 새로운 배역입니다.
"배우로서보다, 생명을 살리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어요."
이용녀 선생님이 유기견을 본격적으로 돌보기 시작하신 건 2005년부터라고 합니다. 당시 이미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신 탄탄한 커리어의 중견 배우셨지만, 연기 연습실 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한 마리의 유기견이 선생님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게 됩니다. 그 아이의 눈빛 속에서 '나를 버리지 말아달라'는 간절함을 본 선생님은 연기 활동으로 버는 모든 수입을 유기견 구조와 보호에 사용하기 시작하셨습니다.
한때 200마리까지 머물렀던 이용녀 선생님의 보호소에는 지금은 80마리의 강아지와 20마리의 고양이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50대에 시작한 새로운 사명이 만 20년을 이어져 내려오며 수많은 사연들을 써왔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가슴 아픈 기억은 2021년 3월 누전으로 인한 화재였습니다. 화마에 목숨이 위험한 강아지들을 먼저 구하느라 선생님의 개인 소지품과 옷가지 등 세간살이가 불타버렸고 당시 살아남은 아이들과 끌어안고 견사 바닥 한 켠에서 쪽잠을 주무시는 선생님께 네티즌과 동물구호단체들의 후원이 이어지기도 했었습니다. 이때 미처 구하지 못한 8마리를 가슴에 묻고 남은 아이들과 앞으로 구조할 아이들을 위해서 여전히 밥을 주고, 물을 주고, 한껏 쓰다듬어 주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 거죠.
이용녀 선생님은 비영리법인 전국동물활동가연대의 대표로서 동물 복지정책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열심을 내고 계십니다. 제20대 대선 때는 이재명, 윤석열 두 명의 후보에게 개식용 종식법을 공약에 넣을 것을 촉구하는 피켓 활동을 펼치셨고, 등록칩의 삽입 의무화를 위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계십니다. 선생님의 1인 시위 덕분에 포천시에서는 2022년부터 칩을 무료로 제공하게 되었다네요.
선생님의 진심과 배우로서의 높은 인지도는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1년 화재 당시에는 포천시장이 현장을 방문했고, 개식용 금지법 국민청원의 약속을 이행하라는 청와대 앞 항의성 기자회견에도 여러 언론이 주목하며 기사화되었죠. 또 KBS, EBS, TV조선, MBN 등 여러 방송사에서도 선생님의 20년 '엄마' 생활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시청자들에게 유기견, 유기묘와의 공존에 관한 일말의 고찰과 은은한 감동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반려동물을 특별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이용녀 선생님은 '교감'을 그 이유로 설명하십니다. 감정을 주고받는 것, 그 특별한 관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반려동물을 인형처럼 대해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세요. 실제로 선생님의 노모께서 치매를 앓고 계시는데 보호소 유기견과의 교감을 통해 증상이 완화되는 기적 같은 일도 경험하셨다고 하네요.
이용녀 선생님의 보호소는 투박합니다. 손수 만드신 캣타워와 20년의 손때가 묻은 견사 구석구석을 보면 무대 위 눈부신 조명을 받는 명품 조연 배우의 화려함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50년의 배우 커리어와 그중 20년의 '엄마'의 커리어가 이토록 특별한 존경을 받는 것은, 어쩌면 우리도 우리의 인생에 충실하면서도 버려진 아이들을 품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모두가 무대 위에 설 수도 없고, 모두가 보호소를 운영할 수도 없지만, 각자의 일상에서 작고 소중한 털뭉치들을 살리고 보호하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다는 것을 이용녀 선생님의 사례를 살펴보며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됩니다.
이퀄소울은 구독자 여러분들과 대한민국의 반려견 문제에 대한 답을 함께 찾고자 합니다. 더욱 많은 분들이 지혜와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이 뉴스레터를 주변분들에게 전달해주세요. 우리의 작은 노력이 생명을 살리는 기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