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감성창업가 오제욱입니다. 지난 7주간 연재했던 <대한민국 견공들의 7대 비극>이 드디어 마무리되고, 오늘부터는 벤치마킹할만한 해외의 유기견 보호소, 입양센터 사례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개와 고양이는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휴먼과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이죠. 그렇기에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회적 문제도, 유기된 아이들을 살리고 도우려는 선한 의지도 어느 나라에서나 발견되는 공통된 현상입니다. 특별히 어떤 나라의 어떤 사례에서는 우리가 배울 점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첫 번째 사례는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의 피스완코 재팬입니다.
평화의 상징 멍멍이들, 피스완코 재팬(Peace Wanko Japan)
피스완코 재팬은 히로시마현에 본부를 둔 일본의 대표적인 도그 생추어리입니다.
여기서 잠깐, 익숙하지 않은 용어이니 도그 생추어리(Dog Sanctuary)에 대해 잠시 정의를 내려볼게요. 도그 생추어리란 기본적으로 안락사가 없고(No Kill), 동물 복지의 합리적인 기준을 지키면서 아이들을 보호하고, 책임 입양을 적극 추진하는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그 생추어리에 대한 국제적이거나 보편적 표준이 세워져 있지는 않지만 이 정도 정의만으로도 변종 펫숍이나 애니멀 호더(사육 능력을 넘어서서 지나치게 많은 수의 동물을 키우며 동물 복지 면에서 열악한 상황을 초래하는 동물 학대의 일종), 안락사가 일상인 곳들과는 구분이 가능합니다.
피스완코 재팬은 피스윈즈 재팬(Peace Winds Japan)이라는 비영리 구호 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2016년부터 안락사 대상 아이들을 모두 구조하며 히로시마현에 '안락사 제로'의 영예를 안겨주었습니다. 히로시마현 인구수는 약 270만 명으로 인천광역시의 304만 명보다 조금 적고 대전, 광주, 수원보다는 두 배 가까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 대도시에서 안락사 제로라니, 이게 가능한 일이었구나 싶어 무릎을 탁 치게 되네요.
(위 사진. 비자카드와의 콜라보로 출시된 유메노스케 카드 ⓒPeace Wanko Japan)
피스완코 재팬은 2016년부터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지만, 마스코트인 유메노스케의 이야기는 훨씬 더 이전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바로 2010년 피스윈즈 재팬의 설립자인 오니시 겐스케 대표가 유기견이었던 유메노스케를 구조한 이야기입니다. 당시 히로시마는 연간 8천 마리를 살처분하는 일본 최악의 유기견 안락사 시행 도시였습니다. 겐스케 대표는 안락사 직전의 개들을 구하러 보호소로 달려갔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구조하고자 했던 개들은 그가 도착하기 직전에 안락사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때, 보호소 직원의 실수로 유일하게 살아남아있던 강아지가 바로 유메노스케입니다. 겐스케 대표는 3개월령의 조그마한 유메노스케를 즉시 입양하고, 이 영특하고 몸놀림이 잽싼 아이를 재난 구조견으로 훈련시키게 됩니다. 이후 유메노스케는 히로시마 지역의 산사태와 지진 현장 뿐만 아니라 2015년 네팔 대지진에도 파견되어 여러 명의 매몰자를 발견하고 수색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유메노스케의 활약은 히로시마현을 안락사 제로의 도시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인들의 유기견에 대한 시각 자체를 바꿨습니다. 배려가 없고 마음 상태가 엉망인 사람들조차도 상대방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면 공손한 태도를 보입니다. 개가 사람을 구한 설화는 유메노스케 이전에도 많이 있었지만 그것이 현실로 와닿지 않을 때와, 바로 우리 지역, 우리 나라에서 발생한 실제 이야기일 때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느낌에 그치지 않고 피스완코 재팬의 '안락사 제로' 프로젝트가 수년 째 이어지고 있는 근원이 되고 있구요.
(위 사진. 히로시마현을 안락사 제로로 만든 일등 공신 유메노스케 ⓒPWJ, fnDB)
유메노스케와 피스완코 재팬의 사례를 살펴보며 어쩌면 우리나라의 견공들도 사람을 위로하고, 돕고, 살리는 일에 좀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냥 돌봄과 도움이 필요한 존재, 약하고 가련한 존재로만 보는 시선이 어쩌면 우리나라의 개들을 더 비참하게 만드는 기능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유메노스케처럼 존중받고, 인정받고, 사랑받는 개들이 이 땅에도 더욱 많아지기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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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 꽃길걷개 팀이 SNS를 통해 홍보 중인 안락사 직전의 아이들 ⓒ꽃길걷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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